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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대화, 목표 수행능력, 독서, 돈, 외모에 대한 고민

> 안녕하세요. 형태형님
> 이곳 사이트 올려진 질문과 형태님의 답변을 통해 부모님과의 관계, 친구사이, 미래의 목표, 성격적인 문제에서 부터 소소한 일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고민 많은 25살의 남자 공대생입니다. 고향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4명의 누나들이 있습니다. 저에 대한 설명은 이이정도에서 멈추고 제 고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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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5년동안 여성을 사귀어 본적이 없습니다. 물론 동성과 연애를 한 적도 없구요.^^! .... 가장 문제는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간을 보면서도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눈이 긴장이 되서 꼭 노려보는 것 처럼 보게 되고...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고칠 수 있을까요.

- 주변에, 그냥 여자친구는 있는가요? 애인말고 그냥 친구사이. 아마 없을 것 같군요. 여성를 사귀어본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모든 여자는 모두 여자'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인고 하니, 사실 연정을 느껴 애인이 되기 전에는 인간관계에서 성을 논할 이유가 없는데도 무조건 이성으로 대한다는 것입니다.
애인도 아니고, 연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성으로 대해야 할 관계가 아니어도 여자는 무조건 이성으로 보기 때문에 이성을 사귀기가 더 힘든 것입니다. 먼저 남녀구분없이 동등한 인간으로 대한다면 왜 대화가 안됩니까? 왜 눈을 못봅니까? 대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기에 사람을 똑바로 못보는거죠? 여자를 뭘로 보는거죠?
여자를 못사귀는 남자들의 특징은, 여자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나치게 여자라는걸 의식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깊이 의식하니까 당연히 주눅이 들죠. 그러니 할말이 없죠.
여자를 잘 모르겠으면 그냥 남자처럼 대하세요. 차라리 그러면 자연스럽습니다.
당신의 애인이 아니라면, 혹 당신은 이성으로 느끼더라도 당신의 애인이 아니라면, 철저히 남성과 똑같이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도록 하세요. 당신이 만나게 되는 모든 여성을 당신이 만나는 모든 남성과 동등하게 여기고, 동등하게 대하면 여성이라고 뭐가 다르겠습니까. 그렇게 인간적으로 만나다보면 서로 어느새 이성으로서 매력도 발견하게 되고, 그러다가 연정이 생기게 되면 '우리 사귈까?'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할수 있겠지요.
실제로 여자에게 인기 있는 남자들은 대개 여자를 지나치게 여성으로 의식하고 대하는 남자가 아니라, 남녀 구분없이 털털하게 대하고 대화 내용이나 행동에 있어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인간적으로 대하는 남자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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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심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이렇다할 꿈이 없습니다. 여기 들어 오시는 대부분의 고민인 것 같기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것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는 것 입니다. 영어, 일어 , 중어 , 테니스 , 보드.... 등등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어 학원도 등록하고 혼자서 연습도 하고 하는데 문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니어서 그렇겠구나 생각하기에는 제가 너무 한심스럽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취미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기는 하지만...형님 그 목표를 정하고 그곳에 달하기 위해선 어떤 단계들이 필요할까요?

- 한가지 일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것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니어서일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말하기엔 너무 빨리 싫증을 느낀거 아닌가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어서 싫증이 나는 단계는 어느 수준까지 가봤는데도 성취욕이 전혀 안생기는 경우입니다. 보통의 시작단계쯤에서 싫증이 나는 것은 단지 게으름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너무 관대하고 자존심도 없어서 일찌감치 싫증내는 사실에도 별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 않는거죠. 사실 엄청 창피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미안해야하는 일인데, 그걸 감추려고 다른일을 또 새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뭔가 새로 시작하면 일단은 뿌듯하니까요. 그런식으로 매 순간만 모면하는거죠. 모든 분야가 조금만 깊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어렵고 복잡해지고, 장난이 아니니까 거기까지는 가지 못하겠는 게으름.
목표를 정하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정해진 단계가 어디있습니까.
저의 경우는 뭐든 시작했다하면 '보통 이상'정도까지는 가야 만족하고 손을 뗄수 있습니다. 알고보니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이었다고 해도, 시작한 시간도 아깝고, '보통도 아니다'라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한심하잔아요?
당신은 꿈이 없지요? 원래 꿈이란걸 가지면 사는게 엄청 피곤해지거든요. 무슨 일이든 꿈이 생기면, 그 한가지 일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 그 분야에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또 모든 분야를 골고루 갖춰야하는 상식과 교양까지 습득해야하거든요. 즉, 꿈이 있으면 엄청 피곤한 나날이 시작되죠.
당신은 게으름뱅이라서 꿈이 없는거랍니다. 꿈이 있으면 귀찮다는걸 잠재의식속 깊은곳에서 부터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뭐든 시작했다가도 조금만 깊어지면 손 떼는겁니다. "야~~ 여기서 더 들어가면 피곤한 수준이야. 그만 그만~! 여기까지, 또 다른거 기초부터 시작하자! 기초가 좋아. 기초는 만만하고 널널하지" 이러는거죠.
인간이란 정말, 게으르게 살기 위해서 진화한 동물같습니다. 어쩜 그리도 교묘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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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책을 읽고 싶어 책을 사고 읽어도 머리에 남는 내용이 너무 없습니다. 인물의 이름도 기억이 안나고 인문이나 과학 서적을 읽으면 그정도가 더욱 심하고 .. 어떻게 해야 할 까요...

- 원래 그런겁니다. 교과서에 따른 주입식교육과 독서를 혼동하시는군요.
원래 독서는 읽고나서 기억이 나든 안나든 상관없는겁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당신에게 그 내용들이 쌓이게 됩니다. 그것이 '습득'입니다. 암기가 아니라구요. 책을 습관적으로 읽으면 당신이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과 사고체계가 아주 서서히 달라집니다. 그것이 교양이죠. 교양은 지식이 아닙니다. 독서는 '지식을 위한 공부'가 있고, '교양을 위한 문화생활'이 있습니다. 두가지를 혼동하거나 한쪽밖에 모르고 있는것입니다.
지식을 쌓으려는 강박을 버리고 독서를 하세요. 읽는 순간만 즐겁게 만끽하면 됩니다.
만약 지식을 많이 쌓고 싶다면, 생각을 깊이, 많이 하세요.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그 책에서 말해주는 내용에 대해서 당신이 간절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평소에 간절하게 궁금해했다면, 그와 관련된 언급이 책에서 나올때 결코 그것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얼마전 누군가가 저에게 "어떻게 그렇게 박학다식하세요? 무슨 책을, 어느정도로 읽으십니까?"라고 질문한 이가 있었습니다.
저의 답변은 "나는 사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항상 온갖 궁금증을 집요하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정보와 해답은 어디에나 있다는걸 알게 된다"라고 답했습니다.
답을 구하려고 애써본적도 없는 사항에 대해서, 그냥 의지력으로 돈주고 책을 골라 사서 꾹꾹 참고 읽는다고 지식이 쌓이는게 아니랍니다. 인간의 뇌는 스스로 원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SAVE하지 않으련는 습관이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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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돈, 돈, 돈 하고 싶지 않은데 너무 구속되어 사는 것 같습니다. 어렵게 살다보니 그런건지..이런 제 자신이 너무 속물이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따끔한 충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 꿈이 없고, 게으른 사람에게 돈말고 원하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게으르니까 편한것만 찾고, 그런 사람에게 돈만큼 편한게 어디있겠습니까. 환경이 어렵고 당신이 속물이어서가 아니라 게으름뱅이라서 그렇다니까요.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꿈이 없고 게으른 사람에게는 돈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돈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이 바로 게으름뱅이란건 아시죠? 참 비극이 아닐수 없군요.
그리고 돈이 있으면 뭐할건데요? 30억을 주면 당신은 뭘 할겁니까?아마도 빌딩하나 사서 임대료 받아먹고 살면 제일 좋겠다. 그런 생각이나 하겠지요. 달리 하고 싶은 일도 없쟌아요. 한층은 자기가 PC방이나 하나 차려놓고....

이 카운셀링을 통해서 나는 많은 젊은 친구들이 안정된 직장과, 그에 따른 경제적 풍요를 갈구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돈이 있으면 꼭 이걸 하고 싶다" 라고 돈의 목적을 분명하게 말하는 친구를 본적이 없습니다. 그냥,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돈을 벌수 있는 일을 하고싶다." 고 말합니다. 아무도, "그래서 돈을 벌면 무엇을 할것이다. 그것이 나의 진정한 행복이다."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는것, 얼마나 맹목적인 돈의 노예들입니까.
그래서, 돈밖에 모르는 인간은 무식하다고 그러는 것입니다. 게으르고 무식한 사람도 돈밖에 모릅니다. 사실 세상에서 제일 흔한게 돈이니까요. 길가는 사람 1,000명, 10,000명을 붙잡고 소지품 검사를 해봅시다. 가장 공통점이 높은 소지품은 단연 돈일 것입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남다를 것 없는 것. 그것을 추구하는 젊은이. 정말 멋대라기 없다고 말할수 밖에 없습니다.
돈은 추구할 까 말까 선택하는 목표물이 아닙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자본주의 사회인 이상 돈은 좋거나 싫거나 연관될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뭘하든지 저절로 연관되는 댓가, 혹은 수단. 그것을 목적으로 바라본다니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까. 마치 흥미진진한 세계여행을 떠나는데 "나는 비행기만 타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건 여행을 가는 수단일 뿐이고 어차피 지겹도록 탈건데 그걸 여행의 최대의 기쁨으로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이륙하고 1시간 이후부터 세계일주 여행은 따분하고 고생스러운 고난의 길일 뿐입니다. 인생도 똑같습니다. 돈을 목적으로 한 인생은, 사회에 나온 순간부터 죽는날까지 따분하고 고단한 생활고만이 삶의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남아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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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집안 유전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눈가에 주름이 사람들 표현에 의하면 자글자글 합니다. 아직 젊은데.... 저에게 너무 큰 컴플렉스가 되서 남들과 이야기 할 때 얼굴을 쳐다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합니다. 그래서 왠지 자신없는 사람같아 보이게 되고 .. 어런것도 카운셀링 해주실 수 있나요...

- 당신은 눈가에 주름 말고도 창피한게 원래 많은데, 다른 창피함은 당신 자신 탓이고, 외모는 자신 탓이 아니니까 외모 탓도 하는것입니다. '집안유전'까지 언급하고 있잔아요?
주름만 펴지면 당당할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정녕 그렇다면 성형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까지의 질문들로 보아, '왠지 자신없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자신없는 사람'입니다.
직접 토로한 질문들을 근거로 정리된 당신의 신상은 이러합니다.
'여자에게 매력없고, 꿈도 없고, 끈기도 없으며, 상식과 교양도 별로 없고 분명하게 추구하는건 돈뿐이다. 하지만 돈도 없다. 그리고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보세요. 눈가에 주름은 문제도 아니라니까요.
칼자국도 아니고, 자글자글한 주름정도로 고민이라니...+소심함 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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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기다림 끝에 질문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서 좀 과다한 고민을 올렸습니다. 꼭 답변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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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하루 되세요.


고민이라기보다 푸념에 가깝다고 느껴져서 좀 퉁명스러운 답변이 되어버렸습니다.
고민이란, 추구하는 바 목적이 있는데, 그 목적에 다가가는 과정에 난관을 만났을때 생기는 혼돈이 고민입니다.
아무 목적도 없는데 어쩔까요. 이것은 고민이 아닙니다. 목적도 대신 설정해주고, 고민도 대신 해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김형태 http://www.thegim.com


--돈에 관한 고민상담내용에서 내 친구 영감이 떠올랐다